역사적인 시즌이었다.

22-23 시즌 맨체스터 시티 (이하 맨시티)는 구단 최초의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더불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과 FA컵 우승을 모두 이뤄내면서 트레블을 달성했다. 세계에서 가장 강한 팀으로 등극한 순간이었다. 특히 펩 과르디올라 (이하 펩)감독의 축구가 비로소 완성됐다는 평가도 따른다.
펩은 자타가 공인하는 트렌드를 이끄는 감독이다. 여기에 ‘유일한 트레블 2회’라는 명예까지 안았다. 그 중심에는 ‘포지션 플레이’라는 큰 틀이 있었는데, 선수에 따라 팀 상황에 따라 형태는 변하지만 경기장 전 지역에 걸쳐 ‘수적 우위’를 만들겠다는 의지는 일맥상통한다. ‘폴스 나인’과 ‘인버티드 풀백’등이 그 과정에서 생겨난 명칭이다.
21-22 시즌, 4-1-4-1 시스템에서 인버티드 풀백을 활용해 성과를 냈던 맨시티는 22-23 시즌에 돌입하면서 주축으로 활약했던 칸셀루와 진첸코가 스쿼드에서 이탈했다. 측면 수비에 대한 추가 영입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즉시 전력으로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은 워커가 유일한 상황이었다.
물론 아케, 라포르트, 스톤스를 풀백 위치에 기용하였으나 공격적인 위력이 떨어졌고, 리코 루이스와 세르히오 고메스는 경험적인 측면에서 우려점이 있었다.

이에 펩이 꺼내든 카드가 ‘인버티드 센터백’ 이라는 활용을 중심으로 한 3-2-4-1 시스템이다. 센터백 자원 4명을 선발 라인업에 배치하지만, 센터백 한 명이 공격 상황에선 3선으로 전진하고 수비 상황에선 수비라인에 합류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수비 시엔 4-4-2 형태의 수비 조직이 완성된다. 이 운영의 핵심은, 수비 전환 상황에서 시간과 거리를 최소화 한다는 점에 있다.
안정적인 수비 전환을 기반으로 맨시티는 상대 지역에서의 점유 시간을 늘렸다. 맨시티를 비롯한 대부분의 강팀들은 라인을 높이 끌어올려 상대 지역에서 플레이를 주도하기에 ,상대는 자연스레 자신들의 페널티 박스를 중심으로 낮은 위치에 많은 숫자의 수비 조직을 구축한다. 이 상황에서 공격 팀이 수적 우위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맨시티는 어떻게 수적 우위를 만들었을까? 먼저 양쪽 윙어들은 최대한 터치 라인 부근에 가깝게 위치하며 폭을 만든다. 개인 돌파를 통한 득점을 노리기 보다 상대 수비를 끌어당기며, 수비 조직 간의 거리를 넓히는데 목적이 있다.
기본적으로도 수비 시엔 1v1 상황을 피하고 최소 2v1 상황을 맞이하는 것이 수비에겐 유리하다. 그런데 맨시티의 윙어들은 1대1 능력에 있어 수준이 높은 선수이기에 상대 수비는 최소 2명 이상이 측면으로 당겨진다.

그때 중앙 공격수는 중앙 지역에서 수비수들의 많은 견제를 받는 움직임을 갖는다. 특히 홀란드의 합류 이후엔 견제의 넓이와 강도가 극대화됐다. 큰 키에 빠른 스피드, 연계 능력까지 갖춘 홀란드의 존재는 확실한 부담이기 때문이다.
홀란드의 시즌 히트맵을 살펴보면 상당히 중앙 지향적이다. 센터 서클부터 측면까지 홀란드는 폭넓게 움직이지만 주된 활동 반경은 페널티 박스다. 리그에서 기록한 36골 중 35골이 페널티 박스 안 득점일 정도로 영향력도 상당하다. 슈팅 대비 득점 전환률도 29.5%나 되기에 홀란드에게는 최소 2명 이상의 맨투맨 수비가 붙는다.
무엇보다 맨투맨 수비 범위가 박스 밖 지역까지 연결되기에 상대 수비 조직은 형태를 잃기 쉽다.
이렇게 맨시티는 질적 우위를 통한 수적 우위를 만들어 낸다. 이때 측면과 중앙 사이 공간에서 패스를 받는 선수는 순간적으로 압박으로부터 자유롭게 된다. 여기에 주로 섰던 선수가 귄도안이다.
이 위치에서는 페널티 박스 안으로의 전진과 득점력이 반드시 요구 되는데, 귄도안은 이를 성실히 수행했다. 득점 기록을 보면 20-21 시즌에는 13골, 21-22 시즌에는 8골, 22-23 시즌에 8골을 기록할 정도로 득점 관여 빈도가 높다.
하지만 귄도안은 22-23 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났고, 맨시티는 대체자로 첼시로부터 코바치치를 영입했다. 코바치치는 스텟 상으로 직접적인 득점 관여와는 거리가 먼 유형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두 선수가 전술적으로 수행하는 역할은 비슷하다. 이는 데이터에서 잘 드러난다.
데이터를 살펴보기에 앞서, 득점에 관여하는 비중에 대한 정의는 ‘슈팅, 어시스트, 세컨 어시스트, 기점 패스 (세컨 어시스트 직전 패스)’로 이루어진다.


먼저 귄도안은 시즌 전체에서 팀 득점에 자신이 관여한 횟수는 90분당 9.34회인데, 비율로 보면 ‘슈팅 22% (2.01회), 어시스트 15% (1.42회), 세컨 어시스트 15% (1.42회), 기점 패스 48% (4.49회)’의 수치가 나온다.
다음으로 코바치치는 90분당 6.99회인데, 비율로는 ‘슈팅 18% (1.28회), 어시스트 18% (1.28회), 세컨 어시스트 16% (1.14회), 기점 패스 47% (3.28회)’ 를 기록했다. 물론 득점 수, 슈팅 전환률, 골 전환률과 같은 결과적인 수치는 귄도안이 압도하지만 유형이 비슷함은 확인할 수 있다. (득점: 8골 vs 1골, 슈팅 전환률: 23% vs 18%, 골 전환률: 15% vs 4%)

하지만 활동 반경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22-23 시즌 히트맵을 살펴보면, 귄도안은 상대 지역 특히 페널티 아크 부근으로의 접근이 많다. 이와 달리 코바치치는 센터 서클 기준 좌측에서 기점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주로 이 지역에서 볼 순환과 2선으로 전진 역할을 맡는다.
구체적인 수치로 살펴보면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귄도안은 기점의 역할을 수행하더라도 페널티 박스로 접근하는 포지셔닝을 한다. 하지만 코바치치는 후방에 머무르며 페널티 박스로의 접근은 지양한다. 결과적인 기록에서 차이가 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존의 맨시티에서는 이 위치에서 기점의 역할을 스톤스나 로드리가 주로 수행했다. 하지만 코바치치가 전진을 제한하면서 동선 상 문제로 이어진다.
이 모습은 아스날과의 2023 커뮤니티실드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는데, 공격 전개 과정에서 로드리와 코바치치의 역할 분담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로드리가 볼을 잡았을 때 코바치치는 패스를 받아주기 위한 포지셔닝을 지속했고 두 선수의 동선은 자주 겹쳤다. 이로 인해 하프 스페이스에 대한 공간 점유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연쇄적으로 측면의 그릴리시는 고립되고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알바레스의 하프 스페이스 영향력 마저 떨어지면서 홀란드를 향한 롱패스만이 반복될 뿐이었다.
이에 펩은 그릴리시와 포든을 교체하면서 하프 스페이스로의 직선적인 접근을 시도했다. 여기에 코바치치와 홀란드를 대신해 더브라위너와 팔머를 투입하면서, 더브라위너와 베르나르두 실바를 통한 하프 스페이스로의 침투를 극대화 시켰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맨시티의 공격 패턴이 살아나며 득점으로까지 이어졌다.
물론 코바치치는 합류한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 아직 손발이 맞지 않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동선 정리는 필요해 보인다는 점이다. 예상해볼 수 있는 코바치치 활용 방안은 더브라위너의 역할 변화에 있다.
세계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더브라위너의 존재는 여전히 견고하다. 하지만 지난 시즌을 돌아봤을 때, 맨시티는 여러 대회를 참여하면서 많은 일정을 소화한다. 91년생 더브라위너의 나이에 따르는 체력적인 문제와 부상 위험성은 분명 경계 요소다.
그렇기에 더브라위너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다. 중앙 미드필더임에도 66%의 드리블 성공률을 기록하는 코바치치를 활용해 2선으로의 전진을 극대화하고, 더브라위너의 활동 반경을 줄여줄 공산이 크다. 이를 통해 더브라위너는 박스 타격과 기회 창출에 더 집중할 수 있다.

각자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장기적으로 바라봤을 때, 더브라위너의 서브 자원 더 나아가 대체자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 이유에서 루카스 파케타가 진하게 연결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시즌 파케타는 웨스트햄의 전체 득점 중 5.69회 (90분 당)의 관여를 했으며, 비율로는 ‘슈팅 37% (4.18회), 어시스트 22% (2.09회), 세컨 어시스트 10% (0.58회), 기점 패스 31% (1.74회)’ 을 기록했다.
(상단 표 참조)
파케타는 코바치치, 귄도안보다 더 공격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유형이기에 더브라위너의 공격적인 활용과 더불어, 적절한 교체 자원이 될 수 있다. 결과적인 스텟도 4골 3도움으로 준수하다.
트레블을 이뤄내며 정상에 섰던 맨시티는 최근 기록적인 이적료로 그바르디올까지 품었다. 빌드업에 장점이 있는 수비수의 존재는 중원 활용에도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친다. 언제나 포지션 플레이라는 큰 틀 안에서 트렌드를 이끌었던 펩이기에 이러한 변화들이 더욱 반갑다.새로운 시스템의 창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맨시티는 12일 04:00시 (한국 시간) 번리와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23-24 시즌의 문을 열 예정이다.
이미지 출처 = wallpapercave, sofascore, SPOTV 중계화면 캡처, CLUTCHPOINTS
데이터 출처 = sofascore, AIMBROAD (https://m.matchis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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