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 김민재, 바이에른 뮌헨과 함께 정상을 노린다
“김민재가 이곳에 있어 정말 행복하다”
독일 분데스리가 명문 클럽 바이에른 뮌헨 (이하 뮌헨)의 토마스 투헬 (이하 투헬) 감독이 독일 '키커'와의 인터뷰에서 전한 말이다. 19일 (한국 시간) 뮌헨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김민재 영입 소식을 전했다. 22-23 시즌, 김민재는 괴물 같은 활약으로 33년만의 팀의 우승에 크게 공헌하면서 자신의 가치를 한껏 증명했다. 세리에A 올해의 수비수 상도 거머쥐었다.
자연스레 김민재의 가치는 불과 1년만에 트랜스퍼마켓 기준 18.05M 유로 (한화 약 240억원)에서 50.00M 유로 (한화 750억원)로 약 3배 이상 상승했다. 김민재의 가치가 폭등한 이유는 무엇일까?
# 트렌디한 수비수
현대 축구에서 선수들은 한가지 역할만 맡지 않는다. 공격은 수비의 시작이 되며 수비는 공격의 시작이 된다. 공격과 수비의 경계가 흐려진 셈이다. 그렇기에 중앙 수비수에게는 수비 능력과 더불어 안정적인 패스 능력과 공격적 전진 능력이 요구된다. 강팀일수록 허용되는 공간이 더 좁기에 강조되는 편이다.
Fotmob에 따르면 22-23시즌 김민재의 패스 정확도는 91.5% (경기당 75.1개 성공)으로 리그 1위에 랭크되었고, 하프라인 기준 자신의 진영에서 94%, 상대 지역에서 86%를 기록하였다. 놀라운 성공률이다. 하지만 김민재는 단순히 성공률만을 올리지 않는다.
Sofascore에 따르면 김민재는 경기당 평균 0.3회의 키 패스를 제공하고 이는 경기당 2회씩의 빅 찬스로 이어진다. 최후방에서의 공격 관여를 탁월하게 수행한다.
수비 지표에서도 김민재의 강점은 두드러진다. 유럽에서 좋은 수비수로 평가되는 후벵 디아스, 바란, 밀리탕, 아라우호, 더리흐트, 반데이크, 마갈량이스, 우파메카노, 코나테의 22-23 시즌 리그 스텟과 비교한 데이터다.
수비수를 평가할 때 사용되는 데이터 항목들 중 해당 항목에 대한 위 선수들의 평균이다.
Sofascore에 따르면 클린시트 (8.7), 인터셉트 (0.87), 태클 성공 (1.3), 클리어링 (3.06), 드리블허용 (0.3), 지상경합시도 (1.9), 지상경합성공률 (60%), 공중경합시도 (2.23), 공중경합성공률 (66%) 이라는 수치가 나온다.
여기서 김민재는 클린시트 1위 (14개), 인터셉트 2위 (1.2), 태클 성공 3위 (1.6), 클리어링 3위 (3.5), 드리블 허용 1위 (0.1), 지상경합시도 5위 (1.9), 지상경합성공률 4위 (60%), 공중경합시도 4위 (2.6), 공중경합성공률 4위 (63%) 를 기록했다. 대부분 평균 이상 순위에 위치한다.
데이터를 종합해보았을 때 김민재는 견고한 수비의 중심이자, 팀 공격의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는 시즌 히트맵에서도 드러난다.
김민재는 주로 좌측 센터백으로 출전하는 빈도가 많았는데, 활동 범위를 보았을 때 좌측을 중심으로 상당히 넓은 범위로 형성되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일반적인 센터백의 히트맵이라고 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체력적인 부분 또한 우수하다. 김민재는 22-23 시즌, 세리에A 38경기 중 35경기에 선발 출전하여 평균 87분을 소화했다. 데이터가 수집된 표본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뛰어난 실력에도 부상으로 시즌을 소화하지 못하는 선수들이 많기에 이는 유의미한 수치다.
# 뮌헨의 현재
김민재가 합류한 뮌헨은 소위 ‘레바뮌’이라 불리는 빅클럽의 대명사다. 12-13 시즌부터 분데스리가에서 연속 12시즌 우승을 했으며, 챔피언스 리그에서도 2번의 빅이어를 거머쥐었다.
22-23 시즌에 리그 우승에 간신히 성공하고 챔피언스 리그에서도 8강에서 맨시티에 대패하면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아직까지도 뮌헨은 언제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것이 사실이다.
강팀의 입장에서는 최종 수비라인을 높은 위치까지 끌어올려 경기 운영을 하는 경우가 많기에 필히 뒷 공간에 대한 리스크는 존재한다. 언제나 유력한 탑독에 놓이는 뮌헨은 더욱 그렇다. 22-23 시즌 평균 상대 지역 점유율이 78.2%나 될 정도로 뮌헨은 풀백들과 미드필더들이 공격적인 역할을 주로 맡는다.
무엇보다 투헬 감독은 경기 중에도 BACK-4와 BACK-3를수시로 오가며 전술적으로 다양한 움직임을 선수들에게 요구한다. 특히 측면에서의 패턴플레이로 상대 수비를 끌어들인 후 반대로 전환하여 빠른 공격전개를 노리는, ‘아이솔레이션’ 전술은 투헬 축구의 대명사다.
여기에 카운터 어택을 노리는 빈도 또한 이전 시즌 대비 27회에서 36회로 9회나 증가하였는데, 공격적으로의 전환 또한 수시로 일어난다.
이 과정에서 수비 조직과 공격 조직간의 거리가 자연스레 멀어지게 되는데, 이때 중요한 것은 공격 서포트 및 수비 커버를 위한 기동성이다. 특히 수비라인에게 요구되는 수비 범위는 넓게 형성 되기에 체력적인 요소와 순간적인 가속력은 반드시 필요한 역량이다. 22-23 시즌 나폴리에서 김민재가 기록한 최고 스프린트 속도는 35km/h로 웬만한 공격수들을 압도하는 수치다.
# 동료와의 시너지
김민재의 합류는 새로운 옵션을 제공한다. 수비진 뎁스 증가로 인해 BACK-3와 BACK-4를 혼용하여 사용하기에 더 용이하다. 기존 센터백 자원들의 부상 이탈 및 폼 저하로 인해 전술적 다양성을 제한 받았던 투헬에게는 선택지가 추가된 셈이다.
조금 더 높은 위치에 대한 변화도 예상된다. 공격 작업을 주로 하는 뮌헨에서 좌, 우측의 넓은 지역에 위치하는 선수들을 보면 새로 합류한 게헤이루와 기존의 알폰소, 부나 사르, 마즈라위, 스타시니치 등이 있다. 그중에서도 왼쪽 센터백으로 출전이 예상되는 김민재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선수는 데이비스와 게헤이루가 될 공산이 크다.
선발 출전이 유력한 데이비스는 최근 ESPN과의 인터뷰에서 ‘윙어로 축구를 시작했다. 측면 수비수보다 윙어로 뛸 기회를 기다린다’라는 말을 할 정도로 공격적인 역할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김민재의 합류는 측면 윙백 혹은 윙어들에게 수비 부담을 줄이고 공격적인 역할에 집중할 수 있는 효과를 제공한다.
추가적으로 4-2-3-1 혹은 3-4-2-1을 주로 사용하는 투헬 감독은, 어떤 형태이든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를 사용한다. 2선의 공격적인 배치보다는 상대적으로 낮은 위치에서 수비적인 밸런스를 중요시한다는 뜻이다. 연쇄적으로 이는 레반도프스키의 이탈 이후 확실한 최전방 공격수가 없었던 뮌헨의 고민으로도 이어진다.
대체적으로 공격수의 부재는 공격 라인과 2선, 더 나아가 3선 라인의 유기적인 스위칭 작업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수비적인 밸런스를 중시하는 색채상 과감함이 제한되기도 했다.
하지만 김민재의 공격적인 전진은 3선과 2선을 더 전진시킬 수 있고, 1대1 돌파에 강점이 있고 넓은 범위를 수비하는 수비력은 이후에 맞이하는 역습에도 적절히 대비할 수 있다. 밸런스를 유지한 채 공격적인 접근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김민재는 이적 단계에서 구단으로부터 메디컬 테스트 관련 이례적인 특급 대우를 받았다. 또 같이 호흡하게 될 감독과 동료 선수들 또한 입을 모아 기대감을 내비쳤다.
최근 구단 공개 훈련에서도 김민재를 ‘서버 (server)’로 둔 가벼운 패스 훈련이 주가 됐는데, 이는 동료들과의 호흡을 맞추는 동시에 훈련 강도 또한 단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기초 군사훈련 이후 합류한지 얼마 안된 김민재에 대한 배려라고 볼 수 있다.
팀이 필요로 하는 것과 김민재가 잘할 수 있는 것이 잘 맞아 떨어지는 모양새다. 지난 시즌 다소 어려움을 겪었던 뮌헨 또한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여기에 뮌헨은 보강 포지션에 대한 추가 영입 의지를 계속 이어가고 있는데, 이는 유럽 정상 탈환에 대한 의지로 풀이된다. ‘특급’ 김민재의 합류는 유럽 정상을 향한 여정에 큰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 출처= SofaScore, transfermarkt, Fotmob
이미지 출처= Abendzeitung, 90min, sport1, Sofasc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