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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권 도약 전북 현대, 무엇이 달라졌나?

축구에 감독이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될까?

출처= Sportmob

 

현대 축구에서 감독의 역할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전술적 방향 설정부터 선수단과의 소통, 일정 관리까지 이 외에도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총 책임자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런 이유로 구단은 성적 부진의 책임자로 감독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감독 교체 이후 팀의 분위기가 크게 전환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유럽 축구뿐 아니라 K리그에서도 감독이 교체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특히 감독 교체 이후 눈에 띄는 결과를 받아 든 팀은 전북 현대 모터스가 (이하 전북) 있다. 전북은 K리그 출범 이후 리그 9회 우승 (최다), FA 5회 우승 (최다), ACL 2회 우승을 할 정도로 K리그에서는 ‘1의 이미지가 강했다.

 

이 배경엔 최강희라는 든든한 사령탑의 존재가 매우 컸다. 최강희 감독은 지휘봉을 잡았던 11시즌 동안 총 7번의 리그 우승을 일궈낼 정도로 팀을 최정상에서 장기간 유지시켰다. 성적과 동시에 최강희 감독은 닥공이라는 별명까지 얻을 정도로 전북의 색깔까지 만들어냈다.

 

출처= K League 공식 홈페이지

 

최강희 감독의 영향력이 너무 컸던 것일까? 후임 사령탑으로 부임한 조제 모라이스 감독은 우승 타이틀을 거머쥐었음에도 색깔이 없다라는 평가가 앞섰고, 구단은 모라이스 감독 (2019.01 ~ 2020.12)2시즌만에 결별했다. 이후 감독에는 전북의 레전드이자 모라이스 감독 체제에서 수석코치를 역임했던 김상식 감독이 선임됐다.

 

기대를 안고 시작한 2021 첫 시즌. 전북은 울산 현대의 거센 추격에도 불구, 막바지에 승점 2점차로 따돌리면서 극적인 리그 우승을 일궈냈다. 하지만 2022시즌, 결국 울산 현대에 2017년부터 5년 연속 들어올렸던 우승 타이틀을 내어 주면서 더 이상 K리그는 전북의 ‘1체제가 아님을 실감하게 됐다.

 

무엇보다 화려한 선수단에도 불구하고 지루한 축구’, ‘색깔이 없다’, ‘전술이 없다는 등 팬들의 원성을 사기 시작했다. 이후 돌입한 2023시즌, 전북의 시작은 크게 흔들렸다. 라이벌 울산과의 개막전 패배를 시작으로 이어진 10경기 동안 단 3승만을 획득했고 10R 시점, 리그 10위에 랭크 되었다. (3W – 1D – 6L) 항상 상위권을 유지했던 전북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경기력과 결과였다.

 

출처= 전북 현대 유튜브 캡처

 

이에 팬들은 구단 버스를 막아서고 홈 경기 응원을 보이콧하는 등 적극적인 항의를 이어 나갔고, 결국 구단은 10R만에 김상식 감독과의 동행을 마무리했다. 이후 소방수로 부임한 김두현 감독 대행은 팀의 분위기를 전환시켰는데, 팀을 이끌었던 11라운드부터 18라운드까지 5 21패의 성적을 거두면서 팀을 6위까지 끌어올렸다.

 

이후 부임한 단 페트레스 쿠 (이하 페트레스 쿠) 감독은 19라운드부터 24라운드까지 312패를 기록했고, 팀은 현재 4위에 랭크 되어있다. 전북은 하위권을 시작으로 현재는 상위권으로 도약했다. 변화의 흐름은 감독 교체 시점과 맞물린다. 그렇다면 전북은 감독 교체를 통해 어떤 점들이 달라졌을까?

 

출처= 전북 현대 공식 Instagram

 

김상식 감독 체제에서 전북은 파이널 서드 연관 공격 횟수를 경기 당 평균 310회 기록했다. 리그 내 4위에 랭크 된 기록이지만 리그 평균이 309회 임을 감안하면 높은 수치라고 보기 어렵다. 한 단계 더 들어가면 전북은 파이널 서드에 경기 당 평균 55.3번 진입했는데 이중에서 키 패스로 전환된 것은 6.1회에 그친다.

 

당시 전북은 주로 4-2-3-1 포메이션 안에서 미드필더를 낮은 위치에 배치했다. BACK-4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전체적인 팀 조직의 위치를 높였는데, 두 명의 센터백과 더블 볼란치가 모두 후방 빌드업에 관여했다. 안정적인 후방 운영을 기반으로 하지만 상대 지역으로의 접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김두현 체제에서는 이 수치들을 한껏 끌어올렸다. 경기당 평균 310회에 머물던 파이널 서드 연관 공격은 340회를 상회하였으며, 파이널 서드 진입 횟수는 경기 당 평균 65.1회로 대폭 상승했다. 키패스 전환 또한 7.3회로 끌어올렸다. 여기에 슈팅 횟수 또한 경기 당 평균 10.8회에서 12.9회로 상승했다.

 

이러한 상승이 가능했던 이유는 시스템의 변화에 있다. 전북은 4-2-3-1 혹은 3-4-3 시스템에서 운영 상 3-1-4-2 형태로 변화하였는데, 센터백 중 한 명이 공격 전환 시엔 3선으로 전진하면서 미드필더 역할을 소화했다. 이에 대한 효과로 3선의 미드필더 한 명이 2선으로 전진하여 상대 지역에서의 수적 우위를 만들어낸다.

 

 

주로 이 역할을 맡았던 선수가 박진섭이다. 맨체스터 시티의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존 스톤스를 활용하는 것과 유사하다. 수비적인 강점보다 공격적인 패스에 강점이 있는 수비수를 중앙 지역에서의 수직적 이동으로 수적 우위를 만드는 방법론이다.

 

동시에 2선 자원의 활용 방식 또한 변화시켰다. 기존에는 원톱 자원이 페널티 박스 안에서 크로스를 받아 직접 슛을 시도하는 방식이었다면, 김두현 체제에서는 페널티 박스에 숫자를 늘려 경합 이후 흘러나오는 세컨볼을 재차 노리는 형태였다.

 

양 체제의 크로스 시도 횟수를 비교해 보면, 경기당 평균 20.6회에서 21.4회로 비슷한 시도이나 성공률에서는 20.3회에서 24.8회로 상승한 것을 볼 수 있다. 공중 경합 성공률도 51.7회에서 54.1회로 상승하였다. 1차적으로 크로스를 받는 선수가 슈팅 이외에 패스의 선택지가 늘어났기에 나타난 변화이다.

 

연쇄적인 이유로 페널티 박스 내에서 슈팅 비율이 6.8개에서 6.9개로 비슷한 반면 페널티 박스 외 슈팅이 4개에서 5.1개로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전체 슈팅 개수 또한 10.8개에서 12.9개로 상승했다.

 

이 공간을 주로 노렸던 선수가 백승호와 송민규다. 특히 송민규는 전형적인 윙어라기보다 윙포워드 및 세컨 스트라이커로서 강점을 보였던 선수이기에, 그 점을 살려 중앙 지역으로 이동한 것이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문선민과 이동준, 한교원과 같이 전형적인 클래식 윙어들의 존재와 김진수와 정우재, 김문환과 같은 측면 수비수들의 뛰어난 공격 가담 능력에 있다.

 

비슷한 라인업이지만, 다른 기용 방법으로 전북은 과정과 결과를 모두 챙겼다. 물론 감독 교체로 인한 선수들의 동기 부여 상승도 큰 이유로 작용했을 수 있다.

 

출처 = 전북 현대 공식 Instagram

 

김두현 감독 대행은 소방수로 부임하여 기대 이상의 결과를 만들고 물러났다. 이후 부임한 페트레스 쿠 감독 또한 자신의 색깔을 입혀나가고 있다. 이전의 두 감독과는 달리 페트레스 쿠 감독은 지배, 점유에 대한 의지는 내려두고 주로 실리적인 선택을 한다.

 

파이널 서드 연관 공격 횟수가 경기 당 평균 256회로 대폭 감소하고 파이널 서드 접근 횟수가 54.8회로 줄어든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김상식 감독: 310, 김두현 감독대행: 340) (김상식 감독:55.3, 김두현 감독 대행: 65.13)

 

상대 지역에서의 공격 작업 비율은 감소했지만, 파이널 패스 및 슈팅에 대한 수치들은 상승했다. 슈팅 숫자는 평균 12회로 이전 수치와 비슷하나 패스를 슈팅으로 전환하는 비율은 13%에서 15%로 상승했으며, 키 패스 횟수 또한 이전 7.3회 대비 8회로 소폭 상승했다. 무엇보다 크로스 성공률이 24.8%에서 29%로 상승하고, 페널티 박스 내 득점 비율이 6.9회에서 8.5회로 상승한 것을 보았을 때 유형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아직 부임한지 세 달이 채 되지 않았기에, 페트레스 쿠 감독의 색깔을 단정짓기는 어렵다. 하지만 감독의 영향에 따라 팀의 형태가 변화되는 것은 명확히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에 자신의 철학에 맞는 선수들까지 영입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색깔이 더 진해질 확률이 높다.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영입한 나나 보아텡이 그 대표적인 예로 볼 수 있다.

 

출처= 전북 현대 공식 Instagram

 

전북이 다시 한번 1강으로 향할 수 있을까? 힘든 시기를 지나온만큼 구단과 선수들뿐만 아니라 팬들도 더욱 간절하게 응원하고 있다. 물론 전력 누수도 있다. 간판 공격수 조규성이 덴마크 리그의 FC 미트윌란으로 떠나고 든든한 풀백 김문환이 카타르 리그의 알두하일로 떠났다. 하지만 중앙 공격수 박재용과 윤도원, 우측 수비수 안현범, 중앙 수비수 페트라섹이 새롭게 합류했고, 좌측 수비수 김진수가 다시 전북으로 돌아왔다.

 

새로운 합류 이외에도 전북 선수단 면면을 살펴보면 기량이 좋은 선수들이 많기에 기대감이 한껏 오르고 있다. 2023 시즌, 잔여 경기 동안 전북은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다가올 25라운드에서 그 모습을 확인해보자. 한편 전북은 8월 6일, 인천 UTD를  홈으로 불러들여 25라운드 경기를 치르고 이후 12일 수원 삼성과 19일 울산 현대, 25일 대전 시티즌을 차례로 만난다.

 

이미지 출처 = Sportmob, 전북 현대 공식 Instagram, K League 공식 홈페이지, 전북 현대 유튜브 

데이터 출처 = k리그 데이터 포탈, AIMBROAD